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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대하여(박건우)
작성자 관리자 등록일 2015-07-15 조회 37298
기억에 대하여
 
박건우 교수(고려대학교병원 신경과)
 
기억이란 왜 필요한 것인가?
기억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이전의 인상이나 경험을 의식 속에 간직하거나 도로 생각해 냄’ 이라고 쓰여져 있다. 이전의 인상이나 경험을 왜 우리는 의식 속에 간직하고 도로 생각해 내야 하는가? 이는 개인과 사회의 생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아무런 지식과 정보 없는 곳에 혼자 있게 된다면 한 개인이 생존할 수 있을까? 눈앞에 벌어지는 현상이 나에게 해를 주는 것인지, 이익을 주는 것인지 어떻게 판별할 수 있을까? 나무사이에 있는 버섯이 독버섯인지 식용버섯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기억은 인간 생존을 위해 필수적 요소임을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기억 요소의 적절한 조합만이 적절한 행동을 이끌어 낼 것이다. 기억은 외부 환경과 나 자신의 반응을 매개하는 중매자 역할을 한다.
또한 기억은 사회를 형성하는 중요한 매개체이다. 한 사회의 정체성은 그 사회의 문화와 가치로 정의 되는데, 이를 보존하고 전달하는데 필요한 것이 교육이다. 교육은 상당부분 문화와 가치의 전승을 위한 기억을 중요시 한다. 특히 문자가 발달되어 있지 많은 경우는 잘 기억하는 사람에 의해 중요한 역사와 가치가 전승되었다.
 
기억은 어떻게 형성이 되나?
뇌에 정말 기억 회로가 존재하나? 1937년 미국의 신경과학자인 파페츠 박사는 우리의 감정을 조절하는 신경회로를 연구하였다. 그리고 감정표현과 연관된 뇌구조를 연결하였고 그 회로를 자신의 이름을 붙여 파페츠 회로라고 하였다. 이후 다른 과학자들이 이 파페츠 회로가 망가지게 되면 감정 뿐만 아니라 기억이 상실됨을 알게 되었고, 이 회로를 기억과 연관 된 중요 회로로 확인하게 된다. 그 회로의 중심에는 해마라는 구조물이 있다. 해마에 들어온 정보는 파페츠 회로를 통해 전체 뇌로 전달되며, 해마에서는 기억을 할 것을 등록시키고, 이것이 의미가 있는 것이라면 대뇌로 전달하고 저장하게 한다.
 
기억상실은 왜 나타나나?
그 회로를 따라가 보자. 기억의 첫 관문인 해마는 매우 원시적이며 역동적 구조다. 일을 열심히 하니 작은 충격에도 쉽게 다친다. 해마가 일을 못하면 기억 자체가 형성되지 않는다.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인 알츠하이머 병은 해마가 서서히 병적으로 작아진다. 해마가 일을 못하니 기억이 등록 안되고 그러자니 최근의 기억 자체가 형성되지 않는다. 한편 해마가 적절히 일을 해도 연결로가 망가지면 기억을 저장하는 것도 잘 안되고 끄집어 내는 것도 잘 안된다. 가장 쉬운 예가 과음 후 기억이 안 나는 현상이다. 과음을 하면 해마가 망가진 것은 아니지만 해마에서 뇌로 전달하는 신경전달이 제대로 안되어 뇌에 기억이 저장되지 않는다. 그래서 기억을 못한다고 한다. 또한 뇌가 많이 손상되면 저장창고가 무너진 것이기 때문에 기억을 불러 올 수 없다. 교통사고 등으로 뇌를 심하게 다치게 되면 기억이 사라질 수 있다. 뇌손상에 의해 기억이 없어지면 최근기억이 예전 기억보다 더 많이 없어진다. 다양한 뇌 질환에 의해 기억은 손상 받게 된다.
 
기억은 정말 믿을 만 한 것일까?
우리는 우리에게 좋은 것만 기억하려는 경향이 있다. 같은 사건을 경험해도 그 이야기는 본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우리가 보통 이야기 하는 기억력이 좋다는 것은 언어나 행동으로 끄집어 내어져 측정 할 수 있는 기억이 좋다는 것이다. 학교에서 배운 내용을 시험을 쳐서 점수를 내는 것이 흔한 기억력 측정 방법이다. 이러한 측정 가능한 기억은 실생활에서의 기억과 차이가 있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감정에 의해 기억은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왜곡이 심해지면 기억을 지울 수도 있다. 엄청난 재난을 겪은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는 일부 기억을 지운 무의식적 작용을 찾아 낼 수 있다. 고위 공직자의 기억 상실의 진위여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지켜보아야 한다. 비록 기억이 돌아와도 기억 왜곡에 의해 우리는 상처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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